Intro

언제 어디서나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시간은 정말 빠른 것 같습니다. 벌써 제가 첫번째 회사를 퇴사한지 1달이 지났습니다.

저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라는 회사에 2020년 6월 인턴으로 입사하였으며, 10월부터 정규직으로 근무하였습니다. 음성 시스템 파트, ML 플랫폼 파트, 검색 클라우드 시스템 파트 등의 여러 팀에서 근무를 하였으며 2023년 8월 18일(공교롭게도 제 생일과 동일한 날짜네요 😄)을 마지막 근무로 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외부적인 요인으로 퇴사를 고려하게 되었지만, 주니어로써 짧지 않은 시간을 카카오엔터프라이즈라는 회사에서 보냈고 좋은 기억들도 많이 쌓았습니다.

또한 앞으로 제가 살아감에 있어서 이번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경험들을 바탕으로 제가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기록해보고 싶어서 이번 회고 글에서는 회사의 경험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그 때의 상황들과 제가 느꼈던 감정들에 초점을 맞춰보았습니다.

🏢 첫번째 퇴사, 첫번째 이직

1)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희망 퇴직

때는 바야흐로 2023년 6월. 재직 중이던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서 경영 악화로 인해 희망 퇴직을 실시하겠다고 공지가 나왔습니다. (관련 뉴스 기사)

CEO는 사퇴를 했고 회사에서는 사내 임원 전부를 교체하겠다고 했습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저에게 첫번째 회사였고, 첫 사회 생활 경험이었습니다. 저는 희망 퇴직이나 권고 사직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처음에는 믿지 못했습니다. “직원이 1200명이 가까이 되는 이렇게 큰 회사가? 에이, 설마 그게 말이 돼?” 라고 생각을 했었지만, 그 이야기들이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회사는 전체적으로 분해되기 시작했고, 클라우드 CIC와 검색 CIC 그리고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나머지로 나뉘었습니다.

팀장님이 저희 팀을 모으고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여러분, 얼른 이직 준비하세요”

충격적이었습니다. 조직장으로부터 이직 권유를 받는다? 상상도 하지 못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팀장님이 정말 미래를 잘 내다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저 뿐만 아니라 팀원 대부분이 이직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2) 수 많은 이직 시도

능력이 출중하셨던 혹은 미리 이직을 준비하고 계시던 몇 몇 분들은 6월 달에 바로 퇴사 후 이직을 진행했습니다. 그렇게 저 또한 여러 회사의 포지션을 알아보고 이직을 준비했습니다. 이때 제 포트폴리오도 한번 제대로 만들어보았구요.

이직을 준비하면서 저는 이때 처음으로 나 자신에 대한 객관적 시선이 정말 많이 부족하구나 라고 깨달았습니다. 항상 저는 어느 정도의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현실은 냉혹했습니다. 정말 고민이 많았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런 시점이 정말 필요했다고 느껴집니다. 반복되는 회사 생활에 익숙해지다보면 본인의 객관화가 부족해지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외부에서의 새로운 기회를 찾지 않고 내부의 상황들에 몰입하다보면 본인이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정말로 본인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위해서는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하는지 이런 생각들을 하기가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항상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했던 것들 얼른 정리해야지. 항상 이직 준비해야지. 포트폴리오 만들어야지” 매번 생각과 다짐은 했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이번에는 강한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매번 생각만 해왔던 것을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

어쨌든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제가 언제쯤 포트폴리오를 정리했었을지 라는 생각도 들면서 긍정적인 영향도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검색 조직으로의 이동과 검색 엔진 공부

열심히 이곳 저곳 이직을 준비하던 중, 카카오엔터프라이즈 검색 CIC 내에 자리가 생겼고, 검색 팀장님께서 저를 긍정적으로 봐주신 덕분에 검색 조직으로 자리를 옮길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때 사실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이전 팀장님도 검색을 추천해주셨고 이직을 준비하는 회사들의 합격 또한 보장된 자리가 아니었기 때문에 저는 검색으로의 이동을 선택하였습니다. 그렇게 저는 7월 1일부터 검색 조직으로 합류하였습니다.

카카오가 가지고 있는 검색 기술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다음 시절 때 부터 쌓아온 노하우는 물론이고, 대규모 서비스를 잘 지탱하고 있는 포털엔진의 검색 시스템은 배울 점이 정말 많은 부분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제가 속했던 검색 조직의 조직장님은 정말 배울 점이 많은 분이셨습니다. 기술적인 것은 물론이고 조직을 리딩하는 부분에 있어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본인이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얻으면서 성장했듯이 주니어들이 검색에서 좋은 시스템과 좋은 기술들을 잘 보고 배워서 좋은 방향으로 성장하는 것을 진심으로 원하고 계신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Microsoft의 평가 방식이 떠올랐습니다. Microsoft에서는 인사 평가를 수행할 때 “당신은 타인의 성공에 얼마나 기여를 하셨나요?” 라는 질문으로 평가를 한다고 들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성장에 기여한다는 것은 타인의 성장 뿐만 아니라 본인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가치관을 가진 팀장님이 계신다는 것을 보고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른 조직들에 비해서 검색 조직은 필수 불가결한 존재로 인식되었고, 나름 평화로운 시기를 보내고 있었기에 저 또한 검색 조직에서 제대로 공부하고 최선을 다해보자 라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제가 잡은 하나의 큰 목표는 “2023년 하반기까지 정말 열심히 달려서 대규모의 검색 시스템을 잘 이해하고 사수의 지식을 다 따라잡겠다 “ 였습니다.

그렇게 검색 엔진 공부, 검색 시스템에 대한 이해 등을 하기 위해 노력하였고 파트 내 세미나까지 진행하였습니다. (발표 자료를 공유하고 싶지만 내부 정보가 있어서 공유하지 못하는 부분이 아쉽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7월 14일 회사에서 희망 퇴직 공지가 나왔습니다. 검색 CIC 조직 또한 희망 퇴직 대상에 포함이 되어있었습니다. 무려 30프로 감원을 하라는 지시가 떨어졌습니다. (이 이야기는 팩트 체크가 되지 않은 찌라시였지만 회사 내 소문을 퍼트리기엔 충분히 자극적이었습니다.)

이게 무슨 일..? 정말 데자뷰 같은 순간이었습니다. 5월 달에 이전 팀에서 겪었던 그 상황 그대로 검색 조직에서도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이 회사에 더 이상 남아있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만약 남아있는다면 나에게 어떤 상황이 발생할까? 라는 질문을 자문해보았을 때 이득이 될 부분이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다시 한번 이직 준비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짧은 시간을 검색 조직에서 보냈지만 어떤식으로 포털 검색 엔진과 여러 검색 서비스들이 운영되고 개발되는지 조금은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대규모 색인 데이터를 가진 검색 엔진의 경우 분산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중요했고, 러닝커브가 상당한 토픽이라는 것 또한 알게 되었습니다.

4) 희망 퇴직과 이직 시도

현재 상황에서 어차피 이직은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하였고, 희망 퇴직을 신청했을 때 받을 수 있는 패키지가 저에게는 적지만은 않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저는 제 첫 회사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퇴사를 결정하였습니다. 난생 처음 겪는 퇴사였기 때문에 희망 퇴직을 신청하는 마지막 버튼을 누를 때 느꼈던 그 망설임과 복합적인 감정, 잊을 수 없었던 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상황에서 저는 “누구도 본인을 지켜주지 않는다” 와 “지치면 나만 손해” 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어느 누구도 저를 위해서 자신의 이익을 잃으며 대신 싸워주지 않고, 제가 지쳐 나가 떨어지면 그 시간 동안 발전하지 못하는 저만 손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습니다.

제가 강해져야 했습니다. 제가 강하다면 희망 퇴직이든 뭐든 저를 필요로 하는 곳은 분명히 있을테니깐요. 이러한 상황을 겪으며 다양한 감정 변화를 느꼈고 성공과 자기 발전에 대하여 많은 자극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5) 새로운 시작을 준비

결과적으로 저는 토스뱅크라는 회사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직 입사는 하지 않았지만 재미있는 일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 설레는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수 많은 회사에 지원을 하면서 합격 통보를 받은 곳도 있었지만 불합격도 물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알게 모르게 내면의 스트레스가 계속 쌓여왔었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옆에서 응원해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Outro

이번 퇴사 및 이직 회고를 하면서 초점이 맞춰진 부분은 카카오엔터프라이즈라는 회사가 아닌 이직의 과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혼자서 이 정도면 되겠지, 나 정도면 괜찮지 이런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전문적인 위치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나의 주관이 개입된 판단들을 배제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면접을 볼 때나,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을 때나 목표를 수행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제 자신 스스로의 객관화였습니다. 제가 가진 역량들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으며, 제가 원하는 위치로 가기 위해서 정확하게 어떤 것들이 필요하고 제가 어떤 것이 부족한지 알 수 있어야 했습니다.

이직을 수행하며 수 차례 면접을 보았습니다. 제가 잘 알고있다고 생각했던 내용 조차도 쉽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한 그들이 원하는 요구사항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도 수도 없이 많았습니다.

제가 원하는 목표를 다시 한번 구체화하고 글로 써보아야 하며 그를 기반으로 제 자신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경험하는 굉장히 특수한 상황에서 저에게 많은 도움을 주셨던 박중근 멘토님, 좋은 조언과 실질적인 피드백으로 큰 도움을 주신 테드와 레오, 이직 준비 과정에서 구체적인 피드백으로 도움을 주신 Staybility 의 상찬이 형에게 감사 인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스트레스 받고 힘들어 할 때 늘 옆에서 힘이 되어준 짝꿍에게 고맙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